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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 개막(매경)

‘클라우드 컴퓨팅’ 개막…업무처리 비용 줄고 이동성 높아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센터 업무를 24시간 모니터하는 삼성SDS의 종합상황실.
중소 규모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A씨. 그는 기안 문서 처리를 위해 책받침처럼 얇은 초슬림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전원 스위치를 누른다. 부팅 시간은 고작 5초다. 이 노트북에는 저사양 위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만 설치돼 있어 무게도 0.3㎏에 불과하다. 기안 문서를 본 A씨는 미소를 머금는다.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한 IT 인프라 관련 지출비용 때문이다.

사실 IT 관련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유지·보수비용이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이후 30% 이상 감소했다. 매월 말 업무량 폭증으로 서버다운을 노심초사하던 걱정도 사라졌다. 서버는 안정됐지만 별도의 서버 증설은 없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추가 사용한 용량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게다가 직원들의 만족도도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에서 각종 웹애플리케이션의 업그레이드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회사 업무 특성상 국외 오피스와의 협업 빈도가 높은데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각국 담당자들은 웹상에서 실시간 문서 작성 및 공유가 가능하다.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노트북으로 처리해야 하는 많은 일을 외근 중에도 신용카드처럼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으로 수행할 수 있어 퇴근 시간도 과거보다 많이 빨라졌다.

유무선을 망라한 초고속인터넷망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경기침체에 따른 IT 비용절감 및 이동성에 대한 니즈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이 IT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메가트렌드로 꼽힌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PC, 휴대폰, TV 등 다양한 세트 기기 이용자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프로세서, 스토리지, SW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것이다. IT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다수의 고객들에게 높은 수준의 확장성을 가진 IT 자원들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컴퓨팅”이라고 설명한다. 클라우드(Cloud)라는 명칭은 작업에 필요한 컴퓨팅 서비스를 구름 저편으로부터 받아와 작업한 문서를 SW와 함께 다시 구름 저편으로 보내 저장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편화되면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보다 얇고 가벼운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한편, IT업계 내에서는 판도가 바뀔 만큼의 엄청난 경쟁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철옹성 같던 MS에는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고, 반도체시장에서의 경쟁구도는 다변화될 것이다. 세트기기시장에서는 HW 성능 이외의 차별화 역량 보유 여부가 성패를 가름할 열쇠가 될 것이다.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메릴린치는 2011년 클라우드 컴퓨팅시장은 16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시장이 950억달러, 온라인 광고시장 650억달러 등으로 추정한다.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확산되면 다양한 유무선기기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므로, 다른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간 경계 없는 경쟁

이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점진적으로 도래하면서 국내외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통신·인터넷기업은 물론이고 IT 인프라 분야 간판스타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국외에서는 아마존, 구글, MS, IBM, EMC, 오라클 등에 이어 통신업체인 AT&T도 클라우드 컴퓨팅사업 진출을 공식선언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SW·HW 기업이 클라우드 인프라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아마존은 스토리지 서비스인 ‘아마존 S3’와 웹 호스팅 서비스 ‘아마존 EC2’ 웹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 AWS’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이메일, 캘린더, 오피스 등 다양한 웹 기반 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일반 사용자가 개발한 웹애플리케이션을 구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엔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과 구글 외에 MS도 전면전을 선언했다. MS는 클라우드 운영체제인 윈도애저와 애저 서비스 플랫폼을 앞세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운영한다.

글로벌 업체들에는 뒤졌지만 국내 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대형 IT 서비스 전문업체뿐 아니라 벤처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 LG 등 주요 그룹의 계열사뿐 아니라 통신사인 KT도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S는 휴대폰을 제조하는 삼성전자와도 모바일 클라우드를 협력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 CNS는 MS 기술을 활용해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다. KT는 클라우드 개념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그린IT 전략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해 클라우드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인기 배경

그렇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는 것은 어떠한 배경이 작용한 것일까. 그 요인은 이용자 혜택 측면과 Web 2.0 시대의 헤게모니 장악이라는 경쟁역학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개인 및 기업이 향유할 수 있는 혜택은 다음과 같다.

첫째, IT 인프라 구축 및 유지와 관련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PC를 통해 수행하는 작업 중 고사양의 프로세서, 스토리지 및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개별 PC에 고성능 HW 및 SW를 설치하고 유지해야 했기에 비용 지출이 비효율적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개별 PC에서는 최소한의 연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저사양의 HW 및 SW만 설치한 후 고사양 항목에 대해서는 네트워크에 연결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쓰면 된다.

둘째, 디지털 기기의 이동성을 높일 수 있다. 고사양 항목이 사라지면서 개별 전자제품이 얇아지고 작아지면 이동성이 크게 향상된다. 주로 PC에서 하던 작업을 스마트폰 또는 TV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끊김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부팅 및 시스템 종료에 필요한 시간은 불과 몇 초이고, OS 또는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를 위한 번거로운 작업도 사라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앙 서버의 보안 관리를 통해 내부 직원들이 전략기술을 누출할 가능성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이용자 혜택 외에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Web 2.0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깔려 있다. ‘참여-공유-개방’을 지향하는 Web 2.0 시대가 진전되면서 이용자들은 전자기기나 콘텐츠 서비스 이용에 있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닌 자신이 이용하고 싶은 성능, 콘텐츠 등을 스스로가 결정해 구매하는 것을 갈구하는 것이다. 이런 Web 2.0 트렌드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Web 2.0 트렌드를 활용해 IT 전반의 헤게모니 장악을 모색하고 있다.

보안성·호환성 해결해야 확산 가능

클라우드 컴퓨팅은 많은 장점과 주요 기업들의 확산 노력에도 시스템 안정성, 보안성 및 호환성 등의 문제로 보편적 확산 시기는 아직 유동적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이 최근 각각 서비스 장애를 보인 것처럼 아직은 서비스 안정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회사의 주요 기밀 정보를 외부 업체 서버에 보관한다는 것은 보안 관점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OS 및 애플리케이션은 상호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 서비스 이용자가 급증할 경우를 대비해 통신 인프라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이종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0호(10.01.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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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0 04:00:23 입력